‘잘 안 들려?’보다 중요한 신호 – 아이들의 행동이 말해준다
소아 청력 저하는 단순히 “귀가 안 들린다”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청각 상태를 자각하거나, 불편함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청력 이상은 종종 행동 변화나 습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 중 대표적인 신호가 TV, 스마트폰, 유튜브 시청 시 볼륨을 지나치게 높이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TV 리모컨 볼륨이 20 정도면 충분한데, 아이가 항상 35 이상으로 설정해 놓는다거나,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 최대 볼륨에 가깝게 올리는 습관이 있다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청력 저하로 인한 보상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청력 저하가 있는 아이는 소리를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더 큰 자극이 있어야 소리를 ‘인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또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TV나 태블릿은 고주파 음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청력 저하가 있는 아이일수록 ‘왜곡된 청취’를 경험하게 되고, 그 결과 볼륨을 높이거나 장비에 바짝 얼굴을 붙이는 등의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상태를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고,
자신이 경험하는 ‘소리의 세계’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기 발견은 부모의 세심한 관찰에 달려 있으며, 아이의 언어 반응, 반응 속도, 대화의 정확도 등을 통해 작은 이상 신호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아 청력 저하의 원인은 다양하다 – 선천적 요인부터 반복되는 염증까지
어린 시절의 청력 손실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그중 많은 경우가 조기에 발견되면 회복 가능성이 높은 일시적 청력 저하에 해당한다.
그러나 발견이 늦어지거나 치료가 지연되면, 언어 발달 지연, 학습 장애, 사회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아 청력 저하의 가장 흔한 원인은 중이염, 특히 삼출성 중이염이다.
이 질환은 고막 뒤의 중이에 액체가 고이면서 음파의 전달을 방해하는데, 청력 손실이 일시적이고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아이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삼출성 중이염은 감기를 자주 앓는 아이, 아데노이드 비대,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경우 잘 발생한다.
또한 선천성 원인도 간과할 수 없다.
임신 중 풍진, 거대세포바이러스(CMV) 감염, 조산,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 입원 경험 등은
선천성 난청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이다.
이 경우 출생 직후 신생아 청력 검사(ABR, OAE 등)를 통해 조기 발견이 가능하지만,
검사 이후 부모가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경증 난청이 놓쳐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 외에도 지속적인 고출력 음향 노출, 즉 이어폰을 통한 장시간 큰 소리 청취나 게임기, 장난감 등에서 발생하는
90dB 이상의 고음 노출이 누적되면 내이 손상이 유발될 수 있으며, 이를 소음성 난청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소아기 청력 저하는 생각보다 흔하고, 원인도 다양하므로
‘감기 오래가네?’ 또는 ‘요즘 말이 느려진 것 같아’ 같은 미묘한 변화도 귀와 연결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보내는 ‘청력 이상’ 신호들 – 행동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아이의 청력 저하는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청력은 언어 습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청력 이상은 곧 말하는 속도, 단어 표현력, 문장 구성력 등에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인지 발달과 사회성 발달까지 연쇄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가장 흔한 행동 중 하나는 되묻기(“뭐라고?”, “다시 말해줘”)다.
이는 특히 양방향 대화, 소음 환경에서 두드러지며, 한쪽 귀의 난청이 있을 경우 ‘말소리가 섞인다’는 표현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뒤에서 불렀을 때 반응이 없거나, 특정 방향에서만 반응하는 경우, 편측 청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신호는 말의 발달 속도다.
2세가 지났는데 말이 느리거나, 단어 수가 또래보다 적고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
이는 단순한 ‘늦된 말’이 아니라 청력 입력 부족으로 인한 언어 지연일 수 있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교사가 “아이 집중력이 부족하다”, “수업 내용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한다면
주의력 결핍보다는 청력 저하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귀에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자주 귀를 만지거나 가려워하는 행동 역시
귀 안의 염증이나 귀지 색전으로 인한 청력 변화일 수 있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력 검사는 언제, 어떻게 해야 할까? – 조기 진단이 곧 예방이다
소아의 청력 검사는 아이의 연령과 협조 정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요한 것은 청력 검사는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라는 점이다.
특히 영유아기는 빠른 성장과 함께 감염도 잦기 때문에,
예방 접종, 키·몸무게 검사처럼 청력 체크도 정기적인 관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생후 1개월 이내에는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OAE, AABR)가 이루어지며,
이상이 발견되면 3개월 이내 정밀 검사, 6개월 이내 치료 개입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3세 이후부터는 놀이 기반의 PLAY 청력검사가 가능하고,
5세 이후부터는 순음 청력검사, 어음 청력검사, 말소리 이해력 검사 등을 통해
보다 세부적인 청력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검사 결과 청력 저하가 확인되면, 원인에 따른 치료가 진행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튜브 삽입술, 보청기 착용, 언어 치료, 청각 재활 훈련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중이염을 자주 앓는 아이는 감기 치료 시 귀 상태도 함께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소아 난청의 대부분은 적절한 시기에 발견해 관리하면, 언어 발달에 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부모의 관찰, 조기 검사, 적극적인 개입이 바로 아이의 소리의 세계를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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