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청력도 유전된다” – 가족력 있는 사람은 꼭 알아야 할 관리법

공팔 2025. 3. 31. 20:22

청력의 유전 가능성 – 귀 질환도 가족력을 가진다

청력은 단순히 외부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음, 노화, 감염 등 환경적 원인이 청력 저하의 주된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청력에도 유전적 영향이 존재한다. 특히 부모나 형제 중 청각 이상이나 난청을 겪은 가족력이 있다면, 본인도 선천적 혹은 후천적 난청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청각은 달팽이관, 청신경, 뇌 청각 피질 등 복잡한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감각이며, 이 각각의 구조와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조합이 청력 유지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전 세계 선천성 난청 환자의 약 60% 이상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청각 관련 유전자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다. 가장 잘 알려진 예로는 GJB2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증후군성 유전성 난청이 있다. 이는 부모 모두에게 동일한 유전자가 있을 경우 자녀에게 난청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열성 유전 방식을 따른다.
반면, 어떤 유전 질환은 한쪽 부모에게만 이상이 있어도 자녀에게 발현되는 우성 유전 방식을 따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가족 내 여러 세대에서 난청 환자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유전적 요인은 단지 ‘태어날 때부터 들리지 않는’ 경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일부 유전자는 어릴 땐 정상이지만,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들어서며 점차 청력이 감소하는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가족 중에 청각 이상 이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유전적 요인을 의심하고 조기 청력검사 및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청력도 유전된다

유전성 난청의 종류 – 비증후군성과 증후군성의 차이

유전성 난청은 크게 비증후군성 유전성 난청증후군성 유전성 난청으로 나뉜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난청 외에 다른 신체 이상이 동반되는지 여부다.
비증후군성 유전성 난청은 말 그대로 청각 문제만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가장 흔한 형태로, 전체 유전성 난청의 약 70~80%를 차지한다. 이러한 경우, 외모나 다른 신체 기능은 정상이고 오직 청력만 손실되는 특징을 가진다. 대표적인 유전자는 앞서 언급한 GJB2 (Connexin 26)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유모세포 간 신호전달에 관여하며,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선천적 혹은 점진적 난청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증후군성 유전성 난청은 청력 손실과 함께 다른 신체 기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형태다. 예를 들어, Usher 증후군은 청력 손실과 함께 시각 이상(망막색소변성)이 동반되고, Waardenburg 증후군은 난청과 함께 머리카락 색소 결핍, 눈동자 색 변화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후군성 난청은 조기 진단이 특히 중요하며, 단순히 귀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학제적 검사와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유전성 난청은 발병 시기와 형태가 다양하고,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표현형(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족력만으로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돌연변이 유무를 확인하고, 정기적인 청력 검사와 상담을 병행하면 조기에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
이처럼 청력의 유전적 성격을 이해하는 것은 질환 예방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력 있는 경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만약 가족 중에 난청, 이명, 청력 저하, 인공와우 이력 등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예방적 차원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청력이 유전된다는 사실은 불안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만큼 조기 인식과 실천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어릴 때부터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받는 것이다. 특히 출생 직후에는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가족력 있는 경우에는 생후 3개월, 6개월 등 추가 검사를 통해 초기 이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 청력이 학습 능력, 언어 습득, 사회성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아주 작은 청력 저하라도 간과하지 말고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청소년기에는 소음 노출, 이어폰 사용이 급증하기 때문에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하며, ‘볼륨 조절’과 ‘청각 휴식’의 생활화를 실천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에는 가족력이 있다면 1년에 1회 이상 이비인후과에서 정밀 청력검사(Pure Tone Audiometry, 어음청력검사 등)를 받는 것이 좋다. 이상이 발견되면 보청기 상담이나 청각 훈련 등 적절한 청각 재활 서비스를 조기에 받을 수 있다.
또한 청력에 좋은 영양소(비타민 B12, 마그네슘, 아연, 엽산 등)를 꾸준히 섭취하고,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흡연, 과도한 음주 등을 피하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중요한 점은, 유전적 소인이 있어도 반드시 난청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가족력에 대해 미리 알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사람일수록 청력을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청각 건강, 가족력 있는 이들을 위한 실천 전략

청력 유전성에 대한 인식은 단지 개인 건강의 문제가 아닌, 가족 전체의 건강과 정보 공유의 문제로 확장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난청을 가지고 있다면, 자녀가 어떤 방식으로든 유전자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족 단위 청력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유전상담(Genetic Counseling)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선천성 난청으로 인한 가족력이 있을 경우, 결혼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래 자녀의 난청 위험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기반 난청 예측, 맞춤형 청각 재활 계획, 청력 보호 제품(예: 맞춤형 귀마개, 스마트 보청기 등) 등이 발전하면서, 유전성 청력 관리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인공와우 기술, 유전자 치료, 재생의학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는 단순히 예방만이 아닌 회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력도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점이다. 유전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을 수 있지만, 지식과 실천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청력이란 감각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과의 연결, 사람과의 관계, 내 삶의 질과 직결된 중요한 요소다. 가족력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람일수록, 지금부터의 관심과 실천이 귀중하다.